2001년 도입된 등록문화재 제도는 사라져가는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기반을 마련, 국민의 관심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등록문화재란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가치가 커 지정, 관리하는 문화재로 등록 주체는 문화재청장이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에 생성·건축된 유물 및 유적이 중점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현재 540여 건의 등록문화재 중 72%가 근대건축유산으로 그중 종교시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외래 종교의 전파와 서구문물의 수용이 이뤄진 근대사의 결과로, 무엇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한국 천주교사에서 볼 때 지금까지도 다양한 등록문화재 등록·지정이 이뤄지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1호는 남대문로 한국전력 사옥이다. 고양시의 등록문화재로는 제294호 고양 일산역(2006년 12월 4일 지정)과 제455호 고양 행주성당(고양시 행주외동 194, 2010년 2월 19일 지정)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벽돌조 건물인 중림동 약현성당(1892년 완공, 사적 제252호)과 명동성당(1898년 완공, 사적 제258호)이 대표적인 벽돌식 건물이라면, 행주성당은 1909년 지금의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에 한식 목조건물로 세웠다가 1928년 인근에 옮겨 지으면서 기존 자재를 대부분 재사용했고 1949년에 증축하면서 기록한 자료도 보존돼 있다.
특히 건물의 목조 뼈대는 최초 건립 부분과 증축 부분이 잘 남아있어 성공회 강화성당(1900년 건립, 사적 제424호)과 함께 대표적인 한식 목조 건축물로 평가된다.
1908년 정 가밀로 두세신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행주공소와 김포공소에서 새영세자가 1백명 이상 나왔다고 한다. 약현성당 50주년사 등에서 행주의 본당승격을 1905년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1905년부터 행주공소의 본당승격이 준비된 것을 의미한다.
마침내 1909년 5월 21일 본당으로 승격, 5월 26일 김원영(아우구스티누스) 신부가 행주에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였는데 이때 행주성당 관할 신자수는 7백명이었다. 초대 김원영 신부는 토요일이면 나막신에 지팡이를 짚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내일이 주일이요. (성당 꼭 나오시오)”라고 항상 알리고 다닐 만큼 전교에 열심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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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 행주성당과 신부댁(출처 : 행주성당) |
가난한 행주에서 신자들과 같이 피죽을 먹으면서 성당 신축을 위해 동분서주하여 마침내 20평짜리 성모몽소승천성당으로 신축되어 1909년 4월 17일 입주상량식을 갖고 성모승천대축일 8일 후인 8월 17일에 뮈텔 대주교에 의해 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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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의 옛모습(출처 : 행주성당 박광배 베드로) |
이후 1928년 5월 성당을 이전 중수하고 1931년에 현재의 위치로 성당을 재차 이전하였으며 1949년 9월 5칸에서 7칸으로 증축되었다.
행주성당은 일제 말기 교회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1942년 한때 공소로 격하되었다가 광복 후인 1948년 본당으로 부활되었으나, 이후 도시화로 인해 신자수가 감소하자 1957년 수색동 본당시대를 맞아 다시 공소로서, 1982년에는 능곡 본당 공소로 있다가 2004년 의정부교구 설립과 함께 그 해 11월 18일 다시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2007년 5월 2일 행주성당 본당설정 100주년 추진위원회 발족식(추진위원장 류슈안 미카엘, 총괄본부장 박광배 베드로)을 갖고 행주성당 제21대 홍승권 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헌신적인 모금 활동으로, 2009년 5월 31일 의정부교구 이한택 요셉 주교, 행주성당 홍승권 대건 안드레아 신부,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원 국회의원 등 내외빈과 행주성당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본당 승격 100주년 기념미사’와 ‘100주년 역사기념관’ 기공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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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주성당 100주년 기념식(출처 : 행주성당) |
‘100주년 역사기념관’은 행주성당 100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과 피정의 집으로 쓰이며 작년 12월 완공되었다.
이제 행주성당 복원사업만 남았다. 행주성당 외벽과 지붕은 한국전쟁 당시의 탄흔과 오랜 세월 풍마로 인한 균열로 비가 새는 등 갖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2010년 등록문화재 지정으로 문화재청 및 고양시 예산이 확보된 상황에서 언제든 복원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보다 완전한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과 고양시 문화예술과는 충분한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근대종교유산도 전통유산 못지않은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완벽한 복원을 통해 후세에 물려주는 일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더구나 행주산성(사적 제56호)은 ‘밥할머니’ 등 수많은 백성의 희생으로 나라를 지켜낸 전승유적지로 민초들의 생활과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들을 연계, 먹거리가 다양한 행주산성 주변 식당과 함께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